얼마전 생일에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이다.
이를 한글로 직역하면, '능력주의의 압제'인데, 제목답게 이 책에서는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책의 시작은 2019년 3월에 있었던 미국의 대학 입시비리(입시비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s://en.wikipedia.org/wiki/2019_college_admissions_bribery_scandal 참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에 달하는 돈을 입시컨설턴트에게 지불하여 없는 스펙을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명문대학교에 합격한 사건이다. 당시에는 트럼프로 인해 미국사회의 언론이 보수 혹은 진보로 나누어져 있는 상황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언론이 한 목소리로 이에 대해 비판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능력주의 사회에서 '능력'으로서 사회의 상승 사다리에 오르지 않고, 부모의 후광을 통해 상승 사다리를 가로쳤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능력주의란 무엇인가?
능력주의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급이나 인종, 종교 등에 관계 없이 당신이 그만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한다면 그에 따른 성취를 이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능력주의의 한도는 오직 자신의 능력이 허용되는 한도 이내에서는 어떠한 성취도 이룩할 수 있따. 이러한 능력주의는 어쩌면 현대 사회를 지탱하고 축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능력주의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능력주의의 현대사회에서 성공했다는 것이 반드시 그 사람의 능력에만 따른 것이였을까?
능력주의적 성취는 분명 그 사람의 노력도 포함되는 것이겠지만,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수요와 공급의 경제학적 법칙에 따라 그 당시 사회 소비자들의 경제적 수요에 맞춘 공급을 제공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때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일지에 대한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타고나는 환경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성공을 온전히 그 사람의 공으로만 인정해주기는 어렵다. 하이에크는 이에 대해 "내가 가진 재능이 우연히 사회에서 높은 가치를 쳐주는 것은 나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며, 도덕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행운의 결과일 뿐"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능력주의의 담론은 이를 해당 사람이 좋은 선택을 했기 때문, 즉 "you deserve it"의 담론으로 가져간다. 여기서의 문제는 이를 달성한 사람에게는 좋은 찬사가 되어줄 수 있는 말이 반대로 이러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you deserve it"의 부메랑이 돌아 실패에 대해서도 본인의 책임으로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 하게 된다. 심지어는 이러한 성취의 결과가 도덕적인 우위로 인정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 사회로부터의 빛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의 업적이라고만 생각하며, 사회로의 기여에 인색하게 된다. 동시에 열심히 살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아보라고 하는 사회에게 불만이 생기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실패한 사람들의 반격 즉, 포퓰리즘이나, 트럼프의 대선 승리 등 돌풍을 이르켰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책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영국의 사회학자 토니의 책 "평등(equity)"에서 나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도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의 평등이 달성되는 사회를 긍정적인 사회라고 평가했다. 기회의 평등만을 이야기하는 능력주의를 넘어서 조건의 평등을 이야기하는 사회가 긍정적인 사회라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책의 내용이다.
책을 읽고 궁금증이 생겨서 사회적 이동 가능성(social mobility)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그 결과 world economic forum에서 나온 '세계 사회적 이동 가능성 리포트'https://www.weforum.org/reports/global-social-mobility-index-2020-why-economies-benefit-from-fixing-inequality가 있었다.
여기서는 한국은 사회적 계층이동 가능성을 82개국 중 25위로 책정하고 있다.
리포트 중 한국에 관한 내용은 아래와 같은데, 한국은 보건분야와 기술 접근 분야, 초등교육에 대한 높은 등록률(우리나라는 초등교육이 의무화되어 있는 영향이 크다) 등의 분야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위험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으며, 사회적 안전망이 낮고, 급여 등의 분야에서 낮은 등수를 차지했다.
이를 보며, 한국 사회에서는 고용에 대한 문제에서 사회적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는 사회로 미국의 문제와는 사회적 문제의 정의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의 평등 뿐 아니라 조건의 평등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기회의 평등, 즉 능력주의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어떠한 성취를 이룩하였다에 사회적 관심을 가지지, 어떻게 하면 공공선을 이루는(책 속에서 나왔던 교사나 환경미화원 등)이 어떤 삶을 사느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도덕적으로 건강한 사회는 이러한 공공선을 이루는 중간계층이 두터워지고, 그러한 중간계층이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을 때 이룩할 수 있다. 최근 터져나오는 부동산 문제도 동일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의, 식, 주 중 한 분야로 우리가 사회적 중간계층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자산에 대해 일부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더욱 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리에서 온전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중간계층이 자신의 부모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때 얻게 되는 것이리라!
더 읽어볼 책
1. The once and future worker
2. the invisible man
3. equ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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